이별,이혼 그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 회복의 춤

일곱번째 수업 후

👤 고유 📅 2021.04.20 09:48 👁 38
동반 의존 일곱 번째 수업을 하고 나서, 부모의 수치가 내게 전해져 내가 가치없는 사람이라는 신념을 갖게 된 내력이 더욱 더 마음에 와 닿았다.
  그리고 하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상담을 받으며 나눈 적도 있는 어린시절 하나의 사건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시험을 치른 후 선생님이 부모님께 싸인을 받아오라고 하셨다. 그래서 여느 때처럼 나는 아빠의 사업장으로 갔다 그날 큰아버지가 와 계셨다. 나는 과제를 꺼내 아빠에게 내밀었다. 아빠는 얼굴이 어그러지더니 난데없이 주먹으로 내 정수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동시에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순간적으로 오줌을 싸고말았다. 나는 충격을 받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침 큰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나오시더니 가게로 가서 알사탕 한 봉지를 사주셨다.  겉으로 보기에 아빠에게 받지 못한 위로와 사랑을 그 사탕이 대신 해준 것으로 그 일은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느낀 것은 그 상처가 지금까지도 내 안에 아프게 남아있었다는 거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당시 큰아버지는 10여 년 동안 실직 상태에 있었고, 아빠는 결혼 전부터 부모님을 모시고 계신 큰 집을 경제적으로 돕고 있었다. 아빠의 사업이 실패한 후 우리 가정도 많이 쪼들리는 위협적인 상황이섰던 그 때,  큰아버지가 다시 또 도움을 요청하러 오신 것이었다.
아빠의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는 그 순간에 내가 들어가서 자랑할 만하지도 않은 점수를 내밀었을 때, 가까스로 참고있던 아빠의 분노와 좌절 등 해결되지 않은 감정들이 나에게로 폭발해버린 것이다. 

반면에 딸이었던 나는 어떤가? 나는 부모님이 기뻐할 만한 점수가 아니어서 기쁘지는 않았지만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서 싸인을 받으러 갔던 것이다. 사실은 그 학교에 전학가기 전에 1학년 학교에 더욱 정이 들었지만 이사해서 낯선 환경 속에서도 나는 적응하려 애쓰고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이사하는 것을 나에게 말도 없이 엄마아빠와 두 동생들만 먼저 가버렸기 때문에 나는 더욱 사랑이 고프고, 고아같은 버림받은 마음으로 타격을 받은 즈음이었다.
그런데다가 돌아온 것은 천둥 같은 날벼락과 감당하기 어려운 외상뿐이라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말도 안돼! 어린 나는 단지 내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구.
회복도 단계가 있는 것일까? 난 그때 느끼지 못하고 억눌렀던 억울함과 화, 좌절과 모멸감, 그리고 수치스러움을 수업 후에야 더욱 생생하게 느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머리 위의 뚜껑이 열려서 덜컹거렸다. 가슴 속의 뜨거운 분노가 폭발해버린다.  정말 거지같애! 난 아무 잘못이 없어. 아무 잘못이 없다구! 아빠는 내 마음을 몰라. 자기만 알아. 형편없네. 그런 행동을 하다니... 그렇게도 대단하고 크게만 보이던 아빠는 그렇게도 상처 많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전쟁 통에 아빠의 불우하고 가난했던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의 사랑의 부재, 형과의 편협되고 미묘한 관계뿐 아니라 유교문화권의 사회적인 도리, 30대 가장의 책임감과 집안을 책임져야하는 현실적인 삶의 무게가 심장을 짓누르고 있었을 것이다. 아빠는 그렇게도 여리고 여린, 연약하고 연약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아빠의 수치, 시기심, 열등의식, 생존의 위협과 두려움이 그 순간 내게로 쏟아졌던 것 같다. 태내에서부터 시작된 모든 영향력들과 더불어 내게로 대물림 되었던 것이다.

10년 전에 아빠는 돌아가셨다 그동안 우리 가정을 위해 희생하고 애쓰면서 많은 분투를 하신 후에. 그 후 종종 아빠 속에 있던 작고 아픈 남자아이를 본다. 안스럽다.
그리고 이번 주 나는 아홉 살의 나와 함께 있는다. 불쌍하고 애처로워 자꾸만 쳐다본다. 슬프고 우울해진다. 힘도 빠진다. 함께 울고 눈물을 닦아준다.
그 때 가졌을 마음에 억울함과 원한과 슬픔을 헤아려준다. 위로해준다. 어디든 같이 간다. 끌어안아주고 사랑의 표현을 퍼부어준다. 하고 싶어 하는 것을 같이 한다. 선물 보따리를 안겨준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좀 편안해지고 있는듯하다.

그래. 이러다가 그날 아빠에게 받은 상처를 어느덧 잊게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겠지. 그리고 성장하자. 아프고 눈물흘린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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